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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그때 그 시절이 그려낸 진한 부성애 [리뷰]

[비즈엔터 최두선 기자]

▲'국제시장' 메인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어렸을 적 “우리 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라고 시작되는 아버지의 사연을 들어본 적 있다. 풍요롭고 배가 불러 감히 공감할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을 우리네 아버지들은 강인하게 살아왔다. 자식 세대에 그 설움과 배고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마음은 보릿고개를 넘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한 부성애다.

영화 ‘국제시장’은 그런 부성애를 굴곡진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그려낸다. 1950년 6.25 전쟁 속에 피난을 가다가 아버지를 잃은 덕수(황정민)는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다. 돈을 벌기 위해 머나먼 서독의 탄광에서 일해야 했고, 때로는 베트남으로 건너가 월남전 한 가운데서 목숨을 걸고 일해야 했다. 그 이면에는 오롯이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명분이 있다. 동생을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형제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희생은 가장 덕수의 삶 그 자체였다.

70대 노인이 되어 “나 정말 힘들었다”고 울면서 아버지에게 고백하는 덕수의 모습은 이 시대 아버지를 대변한다. 그리고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자신의 꿈과 행복을 위해 살 수는 없었는지 안타까움이 물씬 묻어난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탄광에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동생들 공부를 시키고 뒤늦게 대학에 합격해 좋아하는 덕수의 모습은 가장이기 이전에 행복할 권리를 가진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그래서 평생을 희생하고 기다린 덕수의 삶이 눈물을 자아낸다.

▲'국제시장' 스틸(CJ엔터테인먼트)

‘국제시장’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가족의 감정을 통해 치열했던 그 시절을 그린다. 영화 ‘해운대’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윤제균 감독은 5년 만의 복귀가 무색할 만큼 섬세한 연출력으로 몰입을 더한다. 1950년 흥남 철수부터 피란민들의 터전이었던 부산 국제시장, 독일 뒤스부르크 탄광, 월남전이 치러진 베트남 등의 장소가 완성도 높은 묘사로 현실감을 더했고, 이산가족 상봉 등 역사적 사건들이 사실적으로 전개돼 실제 그 시절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한 세대를 통째로 담으려는 노력은 다소 무리한 듯 보여 내용 전개의 연결성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부정적인 역사적 사례로만 엮여 있는 사건 구성은 지나친 눈물을 강요하고 자칫 부담스러운 신파극의 모습을 띈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저해할 방해 요소는 아니다.

‘너는 내 운명’ ‘댄싱퀸’ ‘신세계’ 등으로 자타공인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황정민의 세대를 관통하는 연기와 ‘쉬리’ ‘로스트’로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윤진의 매력적인 캐릭터 묘사는 공감대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등 감칠맛 나는 배우들이 양념을 더해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정주영 회장, 앙드레김, 남진 등 그때 그 시절을 살았던 유명인사의 깜짝 출연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극 전개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준다.

▲'국제시장' 스틸(CJ엔터테인먼트)

미국의 ‘포레스트 검프’, 일본의 ‘올웨이즈-3번가의 석양’, 중국의 ‘인생’ 등 각국의 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있었지만 ‘국제시장’은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한 최초의 영화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영화는 뒷방 늙은이로 괄시당하는 우리 아버지 세대도 젊은 날이 있었다고 말한다. 또 지금의 내가 미래를 설계하며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남모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 수밖에 없었던 가족의 소중함이 정말 절실한 것이라고 말한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느낄 수 없었던 가족의 사랑이 ‘국제시장’에는 진하게 묻어있다. 상영시간 126분. 12세이상관람가. 12월 17일 개봉.

최두선 기자 s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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