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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차두리…안녕, 2002 4강 신화의 마지막 주역이여! [최성근의 인사이트]

[비즈엔터 최성근 기자]

‘은하철도 999’는 주인공 철이가 동반자 메텔과 함께 기차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며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기차를 처음 탔을 때 철이는 철부지 소년이었지만 기차역을 지나면서 어른으로 자라 종착역에 도착해 소년시절을 떠나보냈다.

999라는 숫자는 어른을 상징하는 1000이라는 숫자에 '1'이 부족한 유년시절을 여행한다는 의미다. 철이처럼, '태극전사'로서 마지막 남은 '1'을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채운 선수가 있다. 축구팬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가슴속에 감동을 안겼던 2002 한일월드컵. 그 영광의 순간에 철부지 소년 같은 한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힘차게 달렸다. 차두리였다. 2001년 대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로 깜짝 발탁돼 자신의 첫 월드컵인 2002년 대회에서 폭주기관차처럼 쉼없이 질주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후반 종료직전 강력한 오버헤드킥을 날리며 상대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스페인과의 8강전, 독일과의 4강전에도 출전해 한국 축구의 잊지 못할 순간을 함께 했다.

때론 탄탄대로를, 때론 장애물을 만나며 14년을 달려왔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빠른 스피드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한국의 첫 원정 16강을 이끌었다. 반면 2006 독일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며 해설자로 마이크를 잡았다. 특히 브라질월드컵에선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후배들을 지켜보며 “선배가 부족해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종착역인 아시안컵에 다다랐다.

어느덧 대표팀 맏형이 된 차두리는 2002년 형님들이 그랬듯 마지막 투혼을 불태웠다. 특유의 몸싸움과 돌파력은 전성기 못지않았고,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최악의 졸전을 벌인 지 6개월 만에 후배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70m 폭풍 드리블을 선보이며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화려한 마지막이었다. 후배 선수들은 "특별한 선배"라며 존경과 믿음을 드러냈고, 팬들은 ‘차두리 고마워’를 실시간 키워드로 올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차두리는 SNS를 통해 "마지막 축구여행은 끝났다. 나는 행복한 축구선수다"라고 했다.

차두리는 2002년 4강 주역 중 지금까지 남은 마지막 국가대표 선수였다. 차두리의 은퇴는 2002년 4강 세대의 퇴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축구팬들의 가슴속엔 아직도 13년 전 찬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시절 차두리가 지금까지 뛰고 있는 모습을 보며 '꿈은 이루어진다'로 대표되는 영광의 순간을 과거가 아닌 현실로 느껴왔다. 너무도 감격스럽고, 너무도 기적같은 일이었기에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역사가 아닌 현실로 붙잡아 두고 싶어한다. 그래서 차두리의 은퇴가 더욱 애잔하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시안컵은 2002년 4강 신화의 종착역인 동시에 한국 축구 미래의 출발역이었다. 한국 축구는 차두리를 떠나 보내지만 이정협, 김진현 등을 얻었고, 새로운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청춘의 환영과 안녕을 고한 철이처럼, 우리는 웃으며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차두리…안녕, 2002 4강 신화의 마지막 주역이여!"

이투데이 최성근 기자 sgchoi@etoday.co.kr

최성근 기자 sgcho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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