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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잘 죽을 준비 됐나요? [배국남의 직격탄]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사진=KBS 2TV ‘가족끼리 왜 이래’ 방송화면 캡처, 다큐멘터리 ‘목숨’ 포스터

“내가 본 것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노라. 세상 떠나는 날. 이 말을 나의 고별사라 여겨주오.” 인도의 시성(詩聖)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기억할게요 다정한 그 얼굴들/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떠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면/ 이 밤 마지막 술잔에 입술을 맞추리…” 지난 2월 15일 KBS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 마지막회에서 최백호의 ‘길 위에서’ 가 흘러나왔다. 암에 걸려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의미로 아버지(유동근)가 가족노래자랑 자리에서 부른 노래다. ‘길 위에서’를 듣는 순간 마지막 순간을 잘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타고르의 생(生)과의 고별사가 떠오른 것이다.

암 걸린 아버지가 남은 시간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 가족과 함께 보내며 죽음을 조용하게 맞이하는 모습은 용어조차 생소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인식을 일깨운다.

드라마뿐만 아니다. 최근 관객과 만나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목숨’ 역시 ‘웰빙(Wllbing)’의 홍수 속에 웰다잉의 진정한 의미를 드러내 준다. 죽음이 일상이고 완치가 힘든 환자들이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남은 삶의 의미를 찾는 호스피스 병동을 배경으로 죽음을 앞둔 그리고 죽어간 사람의 모습을 담은 ‘목숨’은 왜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하는지를 환기시켜 준다.

‘목숨’의 이창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시속 100㎞로 달리는 차의 속도를 계속 유지하게 하다가 급정지시키듯이 죽음을 대한다. 급정지시킨 차가 폭발하거나 충돌하면 운전자도, 그 주변의 사람들도 다 다친다. 차를 천천히 세우듯, 우리도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맞다. 평상시 죽음에 대한 인식의 마비로 생의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에 직면할 때 마지막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가족과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입히고 문제를 발생시킨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확실한 일인데도 나는 죽지 않는다는 무의식 상의 신념 때문에 인간은 불행하다”라는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지적은 매우 유효하다.

생사학연구소 소장인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가 적시했듯 “잘 죽는 것이 잘사는 것”이며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강연에서 밝혔듯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다.

공감한다. 왜? 잡스가 설명했듯 죽음 앞에선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의 두려움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 남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고 타인의 견해와 시선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삼키지 못하게 해 자신의 가슴과 영감을 따르는 삶을 살게 된다.

췌장암으로 3~6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은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랜디 포시 교수는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며 죽는 순간까지 허비하지 않겠다며 학생들에게 유익한 강의를 하며 삶을 마감해 수많은 이에게 감동을 줬다. 유방암, 척추암, 간암과 오랜 시간 투병하면서도 연구와 저술, 강의를 치열하게 하다 지난 2009년 숨진 장영희 전 서강대 교수는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란 것이다”라며 정말 삶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지를 일깨워준다. 과학고, 서울대, 대기업이라는 소위 잘나가는 스펙을 자랑했던 조수진씨는 스물일곱 살 때 임파선암 진단을 받은 뒤 가슴속에 간직한 꿈 카툰 작가로 전업해 ‘오방떡 소녀이야기’ 등 웹툰집을 남겼고 평소 하고 싶었던 방글라데시 여행가기, 젊음을 사진으로 남기기 등을 하다 지난 서른두 살 되던 2011년 숨을 거뒀다.

이처럼 잘 죽을 생각을 하면 잘 살 방법과 방향이 떠오른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라고 한다. 생전에 고마움을 더 표하지 못하고, 사랑을 더 많이 못 했으며 미안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과 함께 세상 떠나는 날 “고맙다” “사랑한다” 는 말과 함께 “미안하다”는 말 대신 타고르처럼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아니면 천상병 시 ‘귀천’의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를 생의 고별사로 남길 수 있도록 살아보자.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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