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안성기, 왜 역사가 기억할 최고의 배우일까 [배국남의 스타탐험]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4월6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 시네마. 의외의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취재진이 연이어 카메라 후레쉬를 터트렸다. 중화권 스타 양조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자, 김훈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화장’VIP시사회장이었다. 양조위는 ‘화장’의 주연, 안성기(63)를 응원하기위해 홍콩에서 날아온 것이다. 양조위는“‘화장’은 안성기가 주연했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를 응원하고 싶었다”며 시사회장 참석 이유를 밝혔다.

맞다. 안성기는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다. 그의 출연만으로 기대 하게 되고 완성도에 대해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화장’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화장’을 본 전문가와 대중매체 기자, 그리고 일반 관객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역시 안성기”라고.

(사진=영화 '화장' 스틸컷)

잘 나가는 회사중역으로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헌신적으로 간호하지만 젊고 화사한 부하 여직원에 흔들리는 캐릭터다. 삶과 죽음, 책임과 욕망의 문제를 오롯이 추상적 담론이 아닌 구체적 연기로, 그것도 농밀한 내면 연기로 드러내야 하는 캐릭터였다. 그는 네온사인 아래서 허우적거리며 걷는 걸음에서 욕망의 고통과 삶의 허무함을,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문상 온 여직원에 주는 눈길에서 서글픈 갈망의 흔적을 드러낸다. 안성기 연기의 진정성을 읽어낼 수 있는 대표적인 ‘화장’의 장면들이다.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에게 캐릭터에 대한 내적 확신과 감동을 오롯이 전달하는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바로 안성기다. 관객들은 이제 안성기의 연기에 ‘믿고 보는’ 차원을 넘어 ‘믿고 느끼는’ 수준까지 신뢰한다. 이준익 영화감독은 “안성기의 연기는 삶이 우러나고 표정으로 세월이 표현 된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진실게임’‘형사:Duelist’‘7광구’에서 함께 작업한 하지원은 한발 더 나아간다. “나의 진정한 스승이다.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연기자의 태도와 덕목을 행동으로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스태프와 동료 연기자 배려에서부터 촬영장에 항상 먼저 도착해 촬영 준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최고 스승이다.”

이런 안성기이게 우리는 ‘국민배우’라는 수식어를 아낌없이 부여한다. ‘화장’에서처럼 60대에도 당당히 주연으로 관객을 만나는 안성기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실패와 성공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일에 정진하는 자세, 배우로서 초인적인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성, 그리고 빼어난 연기력의 진화가 안성기를 ‘국민배우’라는 수식어의 최적의 적임자이자 우리시대의 최고의 명배우로 부상시킨 원동력일 것이다.

안성기는 5세 때인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연기에 입문해 아역 연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 휴지기를 가진 뒤 다시 1977년‘병사와 아가씨들’로 영화계에 복귀하고 1980년 ‘바람 불어 좋은날’로 관객들에게 성인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이후 2015년 ‘화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1~5편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안성기는 성인 연기자로 돌아온 이후 지난 40여년 동안 쉼 없이 출연한 80여편의 영화를 통해 캐릭터에서부터 장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분에 걸쳐 한국 영화의 질적 도약과 진화의 기폭제가 됐다.

(사진=영화 '신의 한수'스틸컷)

안성기는 화려한 경력과 수입, 인기를 좋아하고 스크린 밖에서 살아나는 배우가 아닌 영화와 연기를 사랑하는 그리고 스크린 속에서 진정으로 살아나는 배우다. 영화를 사랑하고 연기에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진정한 배우로 평가받는 것이다. 스타 연기자 한명 없고 예산의 한계로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러진 화살’에 출연료도 받지 않고 출연해 빼어난 연기로 흥행 대박을 이끌었다. 이처럼 좋은 영화에 출연료도 받지 않거나 자신의 영화 출연료를 제작사에 제시하지 않고 주는 대로 받는 것으로 유명한 안성기는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돈을 모아야겠다는 욕심이 없는 것 같다. 지금 행복하다. 영화로 인정받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라는 말을 영화계에서 몸소 실천하는 배우다. 전 국민이 좋아하는 톱스타지만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단역, 카메오에 이르기까지 배역 비중을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캐릭터에 진정성을 불어넣어 스크린 너머의 관객에게 캐릭터의 생명력과 감동을 선사한다. ‘신의 한수’나 ‘페이스메이커’처럼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해도 그의 존재감으로 인해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주인공을 하고 싶다는 그런 욕심은 없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후 작은 역할이라도 존재감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그렇게 해오고 있다.”

여기에 영화의 흥행 등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연기에 정진하는 자세 역시 오늘의 안성기를 만들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했다. 나는 승패란 관점으로 보면 패한 영화도 더 많다. 그러나 마치 일상처럼 연기를 계속 해 나가는 것은 배우에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안성기의 영화에 대한 철저한 자세의 일면을 보여주는 말이다.

“일반인이 핸디캡이 있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배우가 성형수술을 안했으면 한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큰 연기다. 길게 평생 배우를 하려면 성형은 장애가 된다. 배우는 주름을 (인위적으로)지우면 안 된다. 그 주름 하나 하나가 감정을 표현해주기 때문이다”는 안성기의 말은 그가 얼마나 연기, 연기력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과 고민들이 우리시대의 최고의 연기력을 가진 안성기를 만든 것이다.

(사진=영화'7광구'스틸컷)

“지금도 자신 있게 청바지를 입으시는 안성기 선배님. 그 뒤태만 보면 아직도 청년의 기운이 느껴진다.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운동을 하신다고 한다. 자기관리가 철저하신분이다”라는 하지원의 말은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50여년 동안 배우로, 그리고 스타로 대중의 곁을 지키면서 여전한 사랑을 받는 것은 자연인으로서 그리고 영화배우로서 초인 같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예인이 신인에서 혹은 무명에서 스타로 비상하면 초심을 잃고 태도가 변하고 안하무인적 행태를 보이며 대중의 비판을 받거나 바닥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안성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흔한 스캔들 한번 나지 않은 것이 안성기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안성기는 자신의 유명성과 인기를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 빈곤지역 어린이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불우한 이웃을 위한 사랑 나눔에 활용하는 아름다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로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저에게 많은 사람들이 규범적이고 바른 배우라고 말을 해요. 그런데 전 법을 지키고 규범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편해요. 또한 제가 유니세프 활동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회구성원으로 당연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에게 대중이 보여준 사랑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거지만요.”

(사진=영화 '부러진 화살'스틸컷)

안성기를 보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서산대사의 ‘답설(踏雪)’이다. ‘눈 내린 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욱이 훗날 다른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이 시가 생각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국민배우 안성기의 연기와 삶이 후배 연기자들의 희망의 이정표 그것도 한국 영화에 큰 족적을 남기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성기가 영화계에서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가 한국 영화의 지평, 그리고 캐릭터와 주연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배님들이나 동료가 별로 없기에 늘 거의 후배들하고만 일을 했습니다. 내게는 어떤 사명감이 있습니다.‘쭉 버티자’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버틸지 몰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버틸 생각입니다. 배우가 그렇게 남아 있다 보면 후배들도, 연출자들도 나이가 들어서도 다들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정년이 연장되면 더 다양한 영화들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이 말을 하는 안성기를 보면서 ‘시대는 스타를 원하고 역사는 배우를 기억 한다’는 글귀를 ‘안성기는 시대가 원하고 역사가 기억할 명배우다’라고 고치고 싶어진다.(대법원의 ‘법원사람들’5월호에 기고한 글 일부를 수정한 것입을 알려드립니다)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