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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삶과 연기 모두 감동 그자체인 스타! [배국남의 스타탐험]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1. 4월 2일의 TV화면속 김혜자

4월 2일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 12회가 방송되고 있었다.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 수십년전 사고로 사망한줄 알고 있었던 기억을 잃어버린 남편과 재회하는 장면이다. 귀신이라도 본 듯 충격에 빠진 순옥(김혜자)은 남편에게 소금을 뿌려댔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 분노, 그리움, 반가움 등 복잡다단한 감정의 변화가 얼굴과 온몸에 드러난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김혜자만이 해낼 수 있는 연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혜자를 ‘갓(God:연기의 신)혜자’라 부른다.

#2. 4월 29일의 TV밖의 김혜자

“네팔 지진 소식을 접하고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네팔 분들과 또 가장 고통받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 곳으로 가서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지만 그것보다는 우선 현장에서 긴급구호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부금을 전달하고 싶다. 많은 분들이 네팔 어린이들을 위해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드라마 촬영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도 김혜자는 4월 29일 지진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네팔 소식을 듣고 1억원이라는 거금을 국제구호개발NGO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연기자로서 김혜자와 자연인으로서 김혜자의 두 모습을 단적으로 엿볼수 있는 4월의 두 풍경이다.

지난해 전국을 돌며 상연한 연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이하 '오스카') 기자 간담회에서 한 김혜자의 말이 떠오른다. “작품이 우리 인생과도 비슷한 점이 많아 마음에 들었는데 연습하면서 이걸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절망스러웠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 연습하며 엎드린 적도 있고, 세수도 못 하고 들어간 적도 있다. 연기를 거듭하면서 사람의 한계가 유한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내가 이 연극을 맡은 만큼 꼭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혈병에 걸린 10세 소년 오스카와 소아 병동의 나이 많은 할머니와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 을 담은 모노드라마‘오스카’에서 김혜자는 오스카와 할머니 뿐만 아니라 오스카의 순수한 사랑, 페기 블루 등 10여명의 역할을 혼자서 소화해 냈다. 이 연극을 본 동료 연기자 김용건은 눈물을 흘리며 “김혜자씨의 연기는 사람의 가슴에 강한 울림을 남기는 감동 그 이상이다”고 말했다. 김혜자의 연극을 본 관객이라면 김용건의 말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김혜자에게 물었다. 왜 이 힘든 연극을 했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이 이랬다. “우리가 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 않나.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아파서 죽고, 배고파서 죽는 많은 아이들을 보며 ‘왜 이 아이들은 이렇게 죽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 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소년의 입을 통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질문들을 신에게 묻는 것이 이번 연극이다. 신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 연극 안에 참 많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었다.”

그 말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수십 년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굶어죽는 아이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여성까지 따뜻하게 보듬으며 사랑의 손길을 내민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2013년 1월24일 서울 남부교도소로 시선이 향하게 된다. “사람들이 제가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줄 알아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그저 언론을 통해 ‘도와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뿐이에요. 제 역할은 저를 조금이나마 알아보시는 분들에게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의 가치를 알려 드리는 것이죠.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작은 정성이라도 여러분의 진심이 담긴다면 그 가치는 똑같아요."

30년전 찾았던 영등포교도소(현 남부교도소)의 사진이 계기가 돼 다시 찾은 교도소에서 ‘사랑만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강연하던 중 “우리처럼 죄짓고 들어온 사람들이 세상에 무슨 보탬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한 수형자의 질문에 대해 김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김혜자의 따뜻한 목소리가 이날 400여명의 수형자의 가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혜자는 그런 사람이다.

김혜자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연기자로서의 성공을 일군 스타다. 그녀가 더욱 빛나는 거성(巨星)이 된 것은 연기자로서 성공을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삶에 있어서 가장 가치 있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원일기'의 김혜자(사진=MBC)

애드가 모랭은 그의 저서 ‘스타’에서 “신인은 몸을, 스타는 영혼을 보여 준다”고 했다. 이 말을 그대로 적용해 스타를 꼽으라면 첫손가락에 꼽히는 연기자가 바로 김혜자다. 그의 연기에는 혼이 담겨 있기에 그렇다. 드라마‘전원일기’의 일상성이 짙게 배어 있는 어머니부터 영화 ‘마더’에서 강렬한 엄마에 이르기까지 일상성과 강렬함이 깃든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며 시청자에게 영혼이 깃든 연기를 보여준 이가 김혜자다. 그래서 한 전문가는 “국민 엄마의 얼굴부터 사이코패스의 형형한 눈빛 까지 가진 최고의 배우”라 평가했다.

1962년 KBS 1기 탤런트로 한국 탤런트 역사와 함께 연기자 생활을 시작 한 김혜자는 50여 년 동안 출연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의 캐릭터에 진정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관객과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김혜자의 연기로 인해 수많은 시청자는 울고 웃었다. 그리고 감동을 받았다. 일일 드라마로 높은 인기를 누린‘개구리 남편’(1969년), 그녀에게 연기대상 수상을 안겨준 드라마 ‘모래성’(1988년 MBC 연기대상)‘사랑이 뭐길래’(1992년 MBC 연기대상)와 ‘장미와 콩나물’(1999년 MBC 연기대상) ‘엄마가 뿔났다’(2009년 KBS 연기대상), 그리고 난생 처음 출연한 시트콤‘청담동 살아요’(2012년),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드라마로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영화‘만추’‘마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연극 ‘19 그리고 80’ ‘우리의 브로드웨이 마마’‘셜리 발렌타인’‘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등 영화와 무대에서도 관객들에게 연기 9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마더'의 김혜자(영화 '마더'스틸컷)

‘전원일기’‘엄마의 바다’‘그대 그리고 나’등 많은 작품에서 작업을 함께 한 김정수 작가는 김혜자의 연기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서 ‘연기 9단의 입신’이라고 칭했다. 연기자에 대해 엄격하기로 유명한 영화‘마더’의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 선생님께서 보여주는 심연의 연기는 놀랍다. 이미 접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극찬을 했다. 김혜자와 함께 작업 한 작가와 감독 모두 그녀의 연기를 ‘신(神)의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혜자가 대단한 연기자라는 것을 입증한 또 다른 부분이 강렬한 단선적 이미지에 갇힐 수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를 잘 극복하며 팔색조 연기자로 우뚝 선 것이다. 그녀는 20년 이상 방송된 ‘전원일기’로 인해 한국의 전형적인 자애로운 어머니 이미지가 각인됐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어머니 하면 떠오른 인물 1위가 김혜자였다.

김혜자는 “많은 드라마에서 ‘전원일기’와 다른 성격의 어머니, 인물을 연기해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람들은 금새 ‘전원일기’의 어머니로 생각한다. 작가 김정수씨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는 그녀가 매번 다른 캐릭터로 살아 있는 연기를 펼쳐 단선적인 어머니의 이미지를 극복한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천부적인 재능과 끼 그리고 후천적인 성실함과 노력으로 오늘의 연기자 김혜자가 탄생한 것이다.“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삶이며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김혜자는 신중한 작품선택, 연기에 모든 것을 거는 승부사적 기질, 70이 넘은 나이에도 예쁘게 보이고 싶고 사랑을 꿈꾸는 소녀 같은 순수함으로 영혼을 보여주는 스타가 됐고 연기자로 성공 했다.

‘개구리 남편’에서 ‘전원일기’까지 많은 작품에서 김혜자와 함께 연기한 최불암은 “1969년 ‘개구리 남편’에서 김혜자씨와 부부로 나왔는데 당시 나의 판단은 천부적인 연기자구나였다. 이후 40여년 넘게 김혜자씨를 봐오면서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혜자는 모든 이가 인정하며 찬사를 보내는 연기자로서, 인기가 높은 스타로서 안주하지 않았다. 연기자로서 성공과 스타로서의 인기를 많은 이들을 사랑 나눔에 이끄는 아름다운 원동력으로 활용한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김혜자’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고. 그만큼 김혜자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사랑은 끝을 모를 만큼 광대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등 해외의 힘든 어린이부터 국내 수형자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이러한 김혜자를 본 후배와 동료 연예인들, 그리고 수많은 일반인들은 사랑 나눔에 적극 적으로 동참했다. 차인표 김장훈 한혜진 최수종 등 수많은 연예인들은 김혜자의 삶이 자신들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결 같이 말한다. 김혜자가 사랑 나눔의 밀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손길로 인해 힘든 아이는 힘을 얻고, 배고픈 아이는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병든 여성은 치료를 받아 죽음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삶을 포기하려던 수형자는 희망을 얻었다.

“제가 한 것은 없어요. 저는 아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내 삶이 더 행복해지고 더 많은 것을 배웠으니 제가 은혜를 받은 것 이지요.”김혜자의 특유의 인자한 웃음을 던지며 한 말이다.

김혜자를 좋아하고 인정해주는 대중이 너무나 많기에 그리고 그녀의 감동 그자체인 연기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과 시청자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기에 김혜자는 배우로서 우리 곁을 오랫동안 지켰으면 한다. 그리고 삶이 사랑 그자체인 김혜자가 지금처럼 늘 아름다운 영향력을 끼쳤으면 한다.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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