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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의 직격탄] ‘청춘FC’, 패자부활전 불허하는 대한민국에 희망의 비수를!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사진=KBS 2TV '청춘FC'
2012년 9월 9일 경남 김해 상동 야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고양 원더스 2군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장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후보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과 선수들을 만나 “저의 희망은 어려움을 겪거나 좌절할 때 혼자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용기를 주고 다시 기회를 얻고 꿈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며 우리 사회에서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이들의 패자부활전 정신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렀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돼 임기 3년째 접어들고 고양 원더스는 해체됐고 김성근 감독은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승자독식 현상은 더욱 심해져 패자가 다시 일어서 도전하는 자체가 힘들어져 ‘패자부활전이 있고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내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공약(空約)이 됐다. 패자부활전의 대표주자 이자 실패한 사람들의 희망이었던 고양 원더스는 팀의 슬로건‘열정에게 기회를’에 사형선고를 내리며 해체됐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지적처럼 원더스 해체는 오직 1등에게만 살아갈 권리를 승인하는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낸 상징이었다.

이런 절망적 현실에서 2012년 상동 경기장의 모습을 억지로 끄집어 낸것은 요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KBS 예능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때문이다. ‘청춘 FC’는 부상으로, 돈과 연줄이 없어서, 생계 때문에, 지도자와의 불화로, 에이전트에 속아서, 열정만큼 실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축구공 하나만 보고 달려왔지만, 축구를 포기해야했던 축구 미생들의 절박한 도전, 절절한 패자부활전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사람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패자부활의 꿈을 대신해 그들이 이뤄지기를 간절하게 응원하고 있다. 그 간절한 응원에는 역설적으로 패자부활을 불허하고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잔혹한 현실의 자화상이 투영돼 있다. 한번 실패가 영원한 실패로 연결되는 암담한 우리 사회의 현실 앞에 ‘4전 5기’신화는 사라졌고 ‘7전 8기’사자성어는 사어(死語)가 됐으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은 설 자리를 잃었다.

전양수 한양대 국제대학원특임교수는 “적자생존과 승자독식의 냉엄한 룰이 패자부활전을 원천봉쇄 했다. 즉 이제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회가 됐다. 없진 않지만 ‘실패→재도전→성공’의 연결고리는 희박해졌다. 약한 숨을 쉰 채 연명하는 낙오자에게 동아줄은 내려오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상실은 상상 이상의 가혹한 징벌과 같다”고 우리 현실의 단면을 드러낸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패자부활전이 없는 경쟁 역시 의미가 없다. 간발의 차이로 진 2등, 의미 있는 3등, 가능성 있는 꼴찌도 있다. 패자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겠는가?”라며 한 번의 실패로 패배자로 전락한 사람들의 절망 탈출구이자 희망 등가물인 ‘패자부활전’을 원천봉쇄 당한 대한민국 사회에 비판을 가한다.

“승자독식 게임의 특이점은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것이다.‘개미지옥 게임’이다. 가장 밑바닥에 누구를 밀어 넣느냐, 누가 가장 먼저 잡아먹히느냐가 문제다. 개미지옥에 박혀 구명조끼마저 빼앗겨버린 것이다”라고 지난 2007년 ‘88만 원 세대’에서 설파했던 우석훈 박사는 최근 들어 수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 도전의 기회를 강탈하는 승자독식이 더욱 심화했다고 강조한다.

독식하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과 승자는 패자부활전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위정자들의 헛된 공약과 구호만으로 패자부활의 사회가 허용되지도 않는다. 우리가 나서 패자부활전이 늘 허용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패자부활전을 불허하는 승자독식의 사회는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꿈도 꿔보기도 전에 체념과 포기의 삶을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과 사회적 약자가 희망과 행복보다 먼저 절망과 불행을 체화해야하기 때문이다.‘청춘 FC’의 축구 미생들이 한 번의 실패와 좌절을 딛고 완생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체념, 포기할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 도전하고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다.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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