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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고두심,이순재…연극은 신중년 주연 전성시대! 왜?[배국남의 대중문화 읽기]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앵콜 공연에 돌입한 '잘자요 엄마'주연 중견 배우 김용림 나문희(왼쪽에서 두번째, 세번째)(사진=뉴시스)

“행복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야”자살 하려는 딸에게 어머니는 절규하듯 소리친다. 그 소리의 진원지, 무대의 객석은 만석이다. 70대 중견 배우, 나문희(73) 김용림(75)이 주연으로 나선 마샤 노먼(Marsha Norman) 원작의 연극 ‘잘 자요, 엄마’는 7월 3일 개막한 이후 연일 객석을 다 채우는 등 관객 반응이 뜨겁다. 메르스 불안까지 불식시키며 연극 흥행 행진을 이어가는 일등공신은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연기 열정을 무대에 쏟아내는 나문희, 김용림 두 신중년 배우다.

‘잘 자요, 엄마’뿐 아니다. 지난 5월 막을 올려 좋은 반응 속에 공연이 지속하고 있는 연극‘친정 엄마’역시 신중년 여자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으로 중장년 여성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친정엄마’주연은 베테랑 배우 박혜숙(66)과 조양자(60)다. 이 작품은 초연 때에는 고두심(64), 강부자(74) 등이 주연으로 나서 ‘친정엄마’선풍을 일으켰다.

신중년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연극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5월 초 개막한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멜로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공연 작가가 전쟁 통에 헤어진 옛 연인을 찾는 외할아버지와 동행하면서 알게 되는 이야기를 담을 연극으로 김승욱(51) 등 신중년 배우들이 주연으로 포진해있다.

신중년 연극배우 대표주자 윤석화(59) 역시 7월 5일까지 서영은 동명소설을 모노드라마 로 만든‘먼 그대’를 통해 관객과 만났다. 윤석화는 연출, 연기, 희곡을 맡아 관객과 전문가의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연출가 임영웅은 “연기자가 원숙한 단계에 이르면 그간 경험했던 많은 역할이 체화돼 자신의 인성이나 본성을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윤석화같이 연륜 있고, 재능 있는 중견 연기자들이 1인극을 잘 할 수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1인 다역을 한 김혜자.(사진=뉴시스)

서울뿐만 아니다. 지방 무대에서도 신중년 배우들의 연극무대에서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동갑내기 연극인 부부 강상훈 정민자(53) 씨는 제주에서 ‘늙은 부부 이야기’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고두심 정동환(65) 김혜자(73) 손숙(71) 박정자(73) 이순재(79) 신구(78) 박근형(75) 전무송(73) 김명곤(63) 등 60~70대 배우들이 모노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연극무대에 지속해서 올라 연륜과 진정성이 묻어나는 연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에 전념했던 배우 노주현(69)이 ‘죄와 벌’(1976년)이후 39년만에 지난 4월 2인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주인공 모리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났고 중견 탤런트 박정수(62)는 지난 3월‘다우트’를 통해 연기 생활 43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올랐다. 노주현과 박정수 처럼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 주력해온 신중년 배우들이 속속 연극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연극무대에서 신중년 50~70대 배우들이 주연으로 맹활약하며 강력한 흥행파워까지 발휘하고 있다. 이는 영화와 드라마에선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선 40~50대만 접어들어도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날 뿐만 아니라 60대에 접어들면 밥을 먹는 장면에만 나오는 ‘식탁용 배우’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50~70대가 주연으로 나서는 경우는 특집극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극 '3월의 눈'주연을 맡은 손숙 신구.(사진=뉴시스)

50~70대 신중년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설 자리를 잃는 것과 달리 연극무대에선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극의 특성 때문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만큼 영화에선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극본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좌우한다. 그리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배우의 역량과 연기가 연극의 완성도와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다진 빼어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을 가진 배우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중년 배우들이 연극무대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나서는 이유다.

서울대학교 재학시절 연극반에 들어 연기를 시작한 이순재는 2013년 ‘아버지’‘순이 삼촌’, 2014년 ‘사랑별곡’, ‘황금연못’등 연기생활 60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매년 1~2편의 연극무대에서 선 이유에 대해 “연극에서 연기를 배웠고 연기자로서 지녀야 할 몸가짐도 익혔다. 배우에게 연극은 연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배우의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번 연극무대에 오르지만 늘 두렵다”고 말했다.

또한, 연극을 통해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것을 선호하는 신중년 배우들이 많은 것도 연극의 신중년 배우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황금 연못’에 이어 올해도 ‘잘 자요, 엄마’로 연극 관객과 만나고 있는 나문희는 “너무 행복해요. 드라마나 영화는 카메라와 사랑을 해야 하는데 연극은 관객과 같이 호흡한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배우 연기에 대한 반응이 관객에게서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관객의 숨소리도 연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연기입니다. 관객과 배우가 펼쳐내는 한편의 작품은 그 자체로 감동이지요. 이런 점 때문에 힘은 들어도 연극을 합니다.”나문희가 연극무대에 지속적으로 오르는 이유다.

영화와 드라마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연령층이 10~20대 이기에 이들에 의해 흥행이 좌우된다. 이 때문에 젊은이를 겨냥해 내용과 장르 그리고 10~30대 젊은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작품이 주류를 이루지만 연극은 그렇지 않다. 영화와 드라마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장르, 그리고 내용의 연극이 선을 보이고 창작극에서 번역극까지 여러 가지 연극 작품이 관객과 만나기 때문에 연극 무대에는 신중년 배우들의 설자리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신중년들이 젊은 시절 향유하지 못했던 문화소비욕구를 분출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연극을 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신중년층 연극 관객의 증가도 신중년 배우들의 연극무대의 맹활약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연극 '친정엄마'는 고두심의 초연부터 강부자, 박혜숙 등 신중년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사진=뉴시스)

‘사랑별곡’ ‘황금연못’ ‘잘 자요, 엄마’등 중장년 관객들을 위한 연극을 지속해서 제작해 온 수현재 컴퍼니 박혜숙 팀장은 “최근 들어 중장년층 관객들이 연극극장을 찾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들을 겨냥한 연극들이 많아지면서 신중년 배우들이 설 무대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이글은 신중년 잡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에 실린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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