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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최고 스펙? 대한민국은 음서제공화국![배국남의 직격탄]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스텔라. (출처=디엔터테인먼트파스칼)
“우리처럼 작은 기획사는 힘이 세거나 돈이 많은 게 아니어서 음반 한번 낼 때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방송 기회가 없다. 노출 논란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방송을 통해 노래를 듣게 하고 싶다.”그룹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라고 했다. 노출 논란마저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끝내 눈물을 쏟는다. 선정성으로 집중적인 비난이 쏟아진 5년 차 걸그룹 스텔라의 가영이다.

“아빠가 (연예인 되는 것을)계속 반대하셔서 만났을 때 별로 좋은 얘기 안 하신다. 조금 지친다. 빨리 데뷔해서 아빠에게 이쪽 일은 정말 멋있는 일이라고 보여드리고 싶다.” 가수데뷔할 날만을 기다리며 연습생으로 4년여를 보낸 연예인 지망생이었다. 방송에 가수로서의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못한 채 지난 2월 25일 목숨을 끊고서야 대중에게 이름을 드러낸 연예인 지망생, 베이비 카라의 소진(본명 안소진)이다.

가슴 아픈 두 연예인의 절규를 소환시킨 것은 앞에선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던 의원들이 뒤에선 청탁해 자신의 자식을 취업시킨 슈퍼 갑질 때문이다. 아버지의 국회의원 자리는 자식들에게는 취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해 수백 번 도전하고도 취업에 실패한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에게는 희망마저 앗아버린 절망의 흉기였다.

어찌 국회의원뿐이랴.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부터 우리 사회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은 대학교수 임용에서부터 공기업, 일반회사 취업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자녀의 취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젊은이 사이에선 ‘부모가 최고의 스펙이다’라는 말까지 유행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노력해도 이길 수 없다”는 언급 앞에선 효력을 잃은 언어의 유희로 전락한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 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공, 출세하려면 ‘성실성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2006년 41.3%에서 2010년 29.7%로 줄고 부모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학벌과 연줄’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33.8%에서 48.1%로 증가했다. 김희삼 연구위원이 아버지와 아들 356쌍의 월평균 임금분포를 최하위, 하위, 상위, 최상위 4개 구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최하위 25% 임금을 받는 아버지로부터 최상위 25% 임금을 받는 아들이 나올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개천에서 용 날 확률이 18%라는 이야기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부모’라는 금수저를 물고 나온 자식들은 교육에서부터 취업까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며 생활하는 것이 2015년 대한민국 현실이다.

▲베이비카라 소진(사진=DSP미디어)
자극적인 노출로 촉발된 대중의 부정적 관심조차도 방송출연으로 연결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스텔라 가영이 발 딛고 있는 방송연예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SBS ‘아빠를 부탁해’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서부터 tvN ‘택시’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에 연예인 부모들은 아주 쉽게 연예인이 되려는 자식들을 데리고 출연한다.

수많은 아역 연기자들이 방송 한번 출연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해야 하지만 연예인 부모를 둔 자식들은 부모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송에 출연한다. 오랜 시간 땀을 흘리며 노력을 하고 실력을 갖췄어도 방송에 단 한 번 출연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연예인 지망생이 수십만 명에 달한다. 4년여를 연습만 하다 그토록 꿈꿨던 정식 가수로서 방송 출연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해 절망하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소진 같은 연예인 지망생이 있는데도 연예인 부모를 둔 연예인 지망생은 식은 죽 먹듯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예인 부모는 자식들의 방송 출연을 위한 무임승차권’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부모의 권력 세습이 연예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대한민국은 ‘음서제 공화국’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수많은 젊은이 입에서 ‘헬조선(hell(지옥)+조선)’‘망한민국’‘개한민국’이라는 냉소적 신조어들이 거침없이 나오는 것이다.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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