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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 강제하는 대한민국은 헬조선! 정말 문제는? [배국남의 직격탄]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재벌 2세와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여성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 '상류사회'.(사진=SBS)
▲재벌 2세와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여성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 '상류사회'.(사진=SBS)
마약 파티와 폭행을 일삼고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며 경찰마저 능멸하는 재벌 3세는 자본의 위대한(?) 힘을 과시한다. (영화‘베테랑’) 잘 생긴 재벌 2세는 옥탑방의 가난한 여성을 사랑하며 ‘자본은 아름답다’라는 이데올로기까지 주입한다.(드라마‘상류사회’)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상위 1%의 삶을 현시하며 욕망하게 한다.

자본을 기반으로 해 굳건하게 서열화한 2015년 한국사회 현실은 영화와 드라마 같은 픽션보다 더 탐욕스럽고 냉혹하다.‘재산은 (부모 재산 포함)100억 원 이상 1등급, 3억 원 이하 10등급. 학벌 부문에선 서울대, 카이스트, 미국 명문대 1등급, 2년제 대학 10등급’재산, 학벌 등을 근거로 등급화한 한 결혼정보회사 남성회원 서열표다. ‘서연고’-‘서성한’으로 시작해 ‘지잡대’로 끝나는 일부 대학 안내 사이트의 대학소개, 지역균형 선발, 기회균등 선발 방식으로 입학한 학생을 지칭하는 ‘지균충’‘기균충’이라는 혐오적 조어, 반대여론에 밀려 철회된 서울대 한양대 110명, 연세 고려 경북대 100명 등 삼성의 대학총장추천할당제, ‘갑’도 모자라 속속 등장하는‘슈퍼 갑’, ‘슈퍼 울트라 갑’, 교도소에서마저 갑질하는 재벌…

결혼은 재산, 외모, 학벌 등으로 구분된 서열 교환시장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고 자본과 권력을 자식에게 세습하려는 현대판 음서제는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서열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가와 권력가의 슈퍼 갑질은 기승을 부린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에서 주장한 것처럼 주고 되돌려 받는 ‘전유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through appropriations)’시대가 끝나고 주는 것도 없이 빼앗아버리는 ‘탈취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through dispossession)’의 코드가 지배하는 무자비한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를 휩쓴 결과, 상위 1%의 부와 행복을 위해 나머지 99%는 빈곤과 비참을 강제당하는 사회가 됐다.

서열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미루는 3포 세대,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내 집 마련을 생각조차 안 하는 5포 세대, 희망과 꿈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 등 포기의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극단적으로 삶까지 포기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놓고 있는 지옥고(반지하, 옥탑방,고시원)의 여자가 재벌 2세를 만나 사랑하는 불가능한 판타지에 빠져 궁핍한 현실을 도피한다. 그뿐만 아니라 서열경쟁에 밀려난 열패감과 모멸감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상으로 혐오와 멸시를 드러낸다.

자본과 권력의 견고한 세습 시스템 구축과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21세기 자본’에서 지적했듯 자본의 돈 버는 속도가 노동의 돈 버는 속도를 앞질러 자본을 바탕으로 한 서열화는 더욱 굳건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계층 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결과가 단적으로 입증한다. 20대 이상 성인 8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개인의 노력을 통한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81%가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국민의 90.7%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한 편이라고도 했다. 많은 사람이 자본과 권력을 바탕으로 한 서열 세습으로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다.

▲자본의 위력을 과시하는 재벌 3세 모습을 담은 영화 '베테랑'. (사진=영화 '베테랑'스틸컷)
▲자본의 위력을 과시하는 재벌 3세 모습을 담은 영화 '베테랑'. (사진=영화 '베테랑'스틸컷)

문제는 학생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서열 강제하는 사회의 병폐를 개선하기보다는 서열을 내재화하고 더 나아가 서열에 의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열 강권 하는 대한민국은 ‘헬조선’‘망한민국’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헬조선을 바꾸기 위해서는 서열의 내재화나 순응이 아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 이것을 위협하는 불의에는 분노하고 저항하자”는 스테판 에셀 주장처럼 부당한 것에 대한 분노와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체제야말로 사회 병폐의 뿌리이고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야말로 새로운 독재”“강자가 정의가 돼서는 안 된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조처럼 불평등, 빈곤, 핍박을 야기하는 구조와 사회악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실천이 요구되는 것이다. 서열 강제하는 한국사회에서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이 칼럼은 서강학보 9월30일자에 기고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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