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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정수웅 PD의 힘과 의미는? [배국남의 직격탄]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사진=뉴시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사진=뉴시스)

국내외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스웨덴 한림원이 8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벨라루스 여성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67)다.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오버랩 되는 인물이 있다. “나는 죽어서 카메라 하나 들고 지옥에 가고 싶다. 행복만 있는 천국보다 지옥은 사람들의 갈등과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 한국 다큐멘터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다큐의 노벨상’이라는 국제 골든 하프 상을 받았던 정수웅(72) PD다.

신문사 기자 출신인 알렉시예비치가 저널리즘과 문학 경계를 넘나든 논픽션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알렉시예비치는 수천 건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인간 존재의 역사를 알려주는 동시에 감정의 역사, 영혼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는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이며 다성(多聲·polyphony)적인 작품을 써왔다.” 스웨덴 한림원이 알렉시예비치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다.

알렉시비예치는 ‘목소리 소설(Novel of Voices)’이라는 독창적 장르의 작품을 써왔다. 그는 작품마다 수백 명을 인터뷰하고 이를 재구성해 논픽션물로 완성해 나가는 창작방식을 고수했다. 1985년 출간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비에트 여성 20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아픔과 고뇌를 드러냈다. “우리 반 애들이 내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걸 알아냈을 때, 내 옆에 안 앉으려 했어요. 나한테 닿을까 봐 무서워했어요…왜 나를 무서워했는지 모르겠어요.” 등 10여 년에 걸쳐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장애인이 된 어린이부터 100여 명의 목소리를 담은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소년병으로 참전한 이들과 희생자 어머니의 증언을 담은 ‘아연 소년들’, 구소련이 몰락하자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죽음에 매료되다’까지 그의 작품은 실화와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알렉시예비치는 한 인터뷰에서 “실제 인간의 목소리와 고백, 증언, 증거와 문서를 사용하는 장르를 사용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세상을 보고 듣는 방식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학평론가들이 적시하듯 알렉시예비치는 사실의 기록과 실재 인물들의 목소리가 허구적 상상력을 압도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람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사실과 진실의 힘을 드러냈다.

알렉시예비치가 상상이 아닌 실재하는 사람, 장소, 행동, 그리고 사건을 통해 문자 언어로 진실을 형상화했다면 정수웅 PD는 40여 년 넘게 영상언어를 통해 그 작업을 하고 있다. 루이스 자네티(Louis Gianetti)가 ‘영화의 이해’에서 정의 내렸듯 “다큐멘터리는 현실 세계를 가능한 한 손상, 왜곡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제작태도 때문에 ‘창조의 예술’이 아니라 ‘존재의 예술’이라고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이가 정수웅 PD다. 정 PD는 KBS에서 그리고 독립제작사에서 ‘태평양의 원혼들-포로 감시원’‘송화강, 한인의 숨결’ ‘시베리아 한의 노래’ ‘압록강에서 만난 사람들’ ‘110년 만의 추적-명성황후 시해사건’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사람의 인식을 바꾸고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바로 잡아가고 있다. KBS 재직 당시 5공 출범과 함께 ‘황강에서 북악까지’ 전두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다큐멘터리는 인간과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이라며 사표를 내고 방송사를 떠났다.

이후 정수웅 PD는 “내 다큐멘터리의 출발과 끝은 사람과 역사다”라며 작품 속에 진실을 담으려 지난한 노력을 해왔다. 서강대 신방과 원용진 교수는 ‘리트머스이고 싶은 다큐멘터리스트, 정수웅’이라는 논문에서 “리트머스가 되어야 하고 우주로부터의 스파이 역할도 해야 하고 먼 길을 홀로 고통스럽게 걸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축하의 박수와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길을 걸었던 정수웅 PD”라고 평했다.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물과 정수웅 PD의 다큐멘터리는 사실과 진실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 인간관계의 영역에서 인간의 인식과 이해를 넓히고 그 욕구를 자극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갈망의 또 다른 표현은 아닐까.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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