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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IS 테러리스트에 굴복할 순 없다 [최성근의 인사이트]

[비즈엔터 최성근 기자]

(매셔블 웹사이트)

사람들은 흔히 축구를 전쟁에 빗대곤 한다. 하지만 축구로 전쟁을 끝낸 선수가 있다. 2006 독일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 당시 코트디부아르는 수단과의 최종전을 승리하며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경기 직후 승리한 코트디부아르 선수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던 취재팀 카메라 앞에서 한 선수가 무릎을 꿇고 “여러분 1주일 만이라도 전쟁을 멈추세요”라고 호소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주장 디디에 드록바였다. 당시 코트디부아르는 2002년 9월 시작된 내전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전역으로 생중계된 드록바의 호소에 감동한 정부군과 반군은 1주일 동안 전쟁을 중단했다. 그리고 2007년엔 극적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돼 5년간의 내전이 끝났다.

드록바의 사연 외에도 스포츠는 종종 평화의 메신저가 돼 분쟁지역의 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물해줬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의 핍박속에 신음하고 있는 이라크 모술지역의 아이들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희망의 메신저는 IS의 기관총에 난도질당했다. IS 대원들은 20일 이라크 모술 지역의 한 광장에서 아시안컵 조별리그 이라크와 요르단의 경기를 TV로 보던 10대 축구 팬 13명을 붙잡아 기관총으로 공개 처형했다. 아이들의 시신은 현장에 방치됐고, 부모들은 테러 단체에 죽임을 당하는 게 두려워 숨진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한 채 방치했다. IS는 소년들을 죽이기 전 확성기를 통해 ‘축구를 시청한 행위가 이슬람 샤리아 율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단해 처형한다’고 밝혔다고 IS 반대 단체인 '조용히 학살되는 락까'가 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축구가 만들어 준 환희의 순간도 악몽으로 바꿔버렸다. 레바논 매체 ‘데일리 스타’에 따르면 이라크는 23일 열린 앙숙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전국이 축제분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24일 바그다드 시내 자파라니야에서 벌어진 시민들의 축제 도중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4명이 죽고 13명이 크게 다치면서 아비규환이 됐다. 범행 주최가 어디인지 전해지진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IS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그저 축구의 재미에 흠뻑 빠져 아시안컵을 지켜 보던 아이들이 총살당했다. 또 아시안컵의 명승부에 환호하던 시민들은 테러리스트의 희생자가 돼 버렸다. 하지만 IS의 보복이 두려워서일까. 아시안컵을 주최하고 있는 아시아 축구연맹(AFC)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연맹 차원의 규탄 성명은 둘째치고 경기 전 애도의 시간조차 없다는 점은 축구팬들을 씁쓸하게 한다. ‘전 아시아인의 축제’라는 아시안컵의 취지 속에는 아시아인의 아픔도 함께 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최성근 기자 sgcho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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