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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신드롬 왜 대한민국 강타할까?[배국남의 대중문화 읽기]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

▲'미생' 메인 포스터(tvN)

가슴 먹먹하다. 눈물 난다. 안쓰러워 헛기침만 한다. 그리고 가슴속에서 “어! 나잖아”라는 공감이 터져 나온다. “나의 아버지, 나의 남편이 저렇구나”라는 감정도 밀려온다.

한편의 드라마가 방송계 모반을 일으키고 있다. 욕하며 보는 막장 드라마나 재벌2세 드라마가 아니면 드라마가 아닌 것으로 인식된 방송계에 tvN의 ‘미생’은 그 흔한 멜로도, 재벌2세도, 출생의 비밀도 없는 이단적(?)드라마다. 그런데 말이다. 시청자는‘미생’을 눈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미생’은 이제 가치 있는 사회적 담론이 되고 의미 있는 문화적 신드롬이 되고 있다.

‘미생’은 2012년 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인터넷포털 다음을 통해 연재된 웹툰으로 10억뷰를 기록한데 이어 만화책으로 출간돼 100만부가 판매되는 열풍이 일었다. 그리고 이제 드라마‘미생’이 그 열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10월 17일부터 방송된 ‘미생’은 바둑이 전부였던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입단이 좌절된 뒤 우여곡절 끝에 인턴을 거쳐 비정규직으로 종합상사에 입사해 전개하는 직장생활을 중심으로 직장인의 팍팍한 삶과 생활 그리고 그들의 애환을 농밀하고 현실감 있게 그리고 바둑에 빗대어 잘 그려내고 있다. 바둑에서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미생(未生)은 별수 없이 완생(完生)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야 한다. 드라마‘미생’은 직장인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고달픈 현실 속에서 각자의 의미와 목표를 향해 묵묵히 생활하는 이 땅의 미생들의 삶을 다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생’은 왜 신드롬을 일으키는 것일까. 물론 원작의 유명성과 대성공이 드라마의 인기에 한 몫 한 것은 분명하다. 드라마는 원작을 관통하는 직장인의 현실과 삶을 오롯이 살려냈다. “대안이 없으면 그냥 버텨라. 그게 바로 사는 거다” “빽도 없는 새끼, 여기 왔어. 새파란 신입 앞에 당할래? 아니면 옥상으로 갈래?”…극중 인물들의 대사와 모습은 자존심은 출근과 함께 주머니에 넣고 힘겹게 하루를 버티고, 승진은 실력이 아닌 인맥과 로비에 좌절하고, 여성의 능력은 남성이라는 유령 앞에 무시되지만 퇴근 때 소주 한잔으로 고단함과 좌절을 털어내는 이 땅의 직장인들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작품 속 갑(회사)의 전쟁터에 던져진 을들(직장인)의 고군분투는 어느 사이 나의 모습으로 환치되고 화면 밖 현실의 미생들은 드라마 속 미생들에 동일시된다. 바로 ‘미생’신드롬의 원동력은 직장인들을 비롯한 이 땅의 수많은 을과 미생들이 드라마에 느끼는 공감과 동일시다. “‘미생’은 나에게 큰 도전적인 과제였다. 처음 원작자 윤태호 선생님을 찾아가 직장에 대한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는 김원석PD의 말에서도 왜 수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미생’에 공감할 수 있었는지의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미생’의 인기는 직장인의 고달픈 현실과 미생의 비참함만을 보여주는데 멈추지 않고 삶의 가치와 방향 그리고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한 몫 한다. “길은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등 극중 대사에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 살고 있지 않다고 말 해주고 싶었다. 스스로를 배신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자아가 성취되는 것이다”라는 원작자 윤태호의 말에서 드러나듯 ‘미생’은 직장인을 비롯한 이 땅의 미생들이 내일을 살아갈, 완생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미생’은 시청자에게 아름다운 영향력을 주는 문화적 콘텐츠로서의 힘뿐만 아니라 막장드라마와 재벌2세 드라마의 덫에 갇힌 한국 드라마의 병폐를 타개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새로운 드라마로 나아가는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는 ‘미생’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농민신문에 기고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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